인한 사람은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사마우가 인에 대하여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인한 사람은 말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말을 조심스럽게 하면 인하다고 할 수 있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였다.
“그것도 행하기 어려운 것이니, 말을 하는 데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안연顔淵」
司馬牛門仁, 子曰 “仁者, 其言也訒.” 曰 “其言也訒, 斯謂之仁矣乎?” 子曰 “爲之難, 言之得無訒乎?”
세상을 나와 너, 우리, 사회, 천지만물이 모두 간단間斷없이 이어진 무한한 관계망의 장場으로 바라본 공자는 그것을 완성할 수 있는
씨앗이 우리 마음에 갖추어져 있다고 보았다. 그것이 바로‘인仁’이다. 학생들과 만나며 교육을 실천하면서 더 실감하고 있는 것이지만,
각기 다른 수준과 상황에 따라 내용을 전달하기란 참 어렵다. 자기 입장만을 고집하다보니, 9단 고수가 18급 하수에게 열 수 앞을 내다
보는 훈수를 두고 있는 듯 한 교육을 하고 있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공자가 제자들을 가르친 목적은 앎을 전하는 데 있던 것은
아닌가 보다. 제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궁극적으로 변화시켜 각자 자기 자리에서‘사람다움’의 의미를 깨닫고 실천하도록 하는데
있었다. 이에 그는 제자들의 각기 다른 상황에 따라 알맞게 사랑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일러주었다.
『사기史記』에 따르면, 사마우司馬牛란 사람은 송나라 환퇴의 동생 사마경司馬耕으로, 평소 말이 많고 성격이 조급했다고 한다. 말이
많고 조급한 사람들의 행동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경솔하게 말하여 결과는 없고, 말만 번지르하며, 과하게 자신을 포장하여 허세부리는
경우가 많다. 남을 돌아보지 않고 자기에만 매몰되다 보니 범하는 과오일 것이다.‘나’라는 존재는‘남’과 조화로운 공존을 유지해야
비로소 의미 있다. 그러니 나를 생각할 때면 이미 주변의 남을 함께 포함하여 생각하여, 남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고, 어떤 말을 하고
있으며, 어떤 것을 원하는지 세심하게 시선을 건네야 한다.
‘인訒’은 말을 함부로 하지 않고 조심하는 것으로, 「이인里仁」편에서 말한‘어눌하게 말한다(欲訥於言)’에서의‘눌訥’자와 통한다.
자기의 장점과 생각을 조리있게 전달하는 것이 강조되는 지금 세상에 어눌하게 말하라니, 공자의 사랑 실천방법은 왠지 맞지 않는 톱니
바퀴처럼 읽혀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눌하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하라는 것은 자기만을 바라보지 말고 주변에 늘 주목하면서 상황에
적절하고 조화롭게 말하고 행동하라는 것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것은, 말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공자는 남용南容이란 청년이 신중하게 말할 것을 강조한 『시경詩經』의 '백규白圭' 시를 자주 읆자 자신의 조카를 시집보냈다고 한다.
희고 맑은 옥에 생긴 흠은 다시 갈면 되지만,
잘못 내뱉은 말의 허물은 어쩔 도리가 없네!
白圭之玷, 尙可磨也, 斯言之玷, 不可爲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