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비교는 행복하다
자공이 남과 비교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는 어진가 보다. 나는 그럴 겨를이 없다.” - 「헌문憲問」
子貢方人, 子曰 “賜也, 賢乎哉! 夫我則不暇.”
행복이 그립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수년간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직장인 스트레스와 이혼율 또한 최고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인당 GDP 3만불 시대에 도달했음에도 사람들이 실감하는 행복은 여전히 멀다. 그만큼 물질적 풍요가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까지 행복에 기여할 수 있지만, 그 이상 수준에서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행복은 어떻게 얻어지는가?
‘방인方人’은 남과 자신을 비교한다는 의미이고, 남의 단점을 비난하는 것으로도 풀이한다. ‘사賜’는 자공의 이름이다. 공자 제자 중에 언변이 뛰어난 제자로 꼽히며, 스승보다 31세 어렸다. 『사기史記』에 의하면, 자공은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를 타고 수행원을 거느리며 비단꾸러미 예물로 제후들과 교제하였고, 이르는 곳마다 제후들이 버선발로 뛰어나와 대등한 예를 갖추었다고 한다. 공자의 이름이 천하에 골고루 알려지게 된 것도 그가 앞뒤로 도왔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자신의 과업을 자랑하고 인정받고 싶어서인지, 자공은 자주 남과의 비교를 통해 만족을 느끼고자 했던 모양이다. 일반적으로 남과 비교하는 행위는 자신이 남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확인하여 만족감을 느끼거나, 자신의 부족을 채우기 위한 분발의 계기로 삼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끊임없이 비교하고 비교당해 왔다. 성적, 외모, 대학, 취업, 결혼 등을 위해 지금 이 순간은 참고 견뎌야 할 과정에 불과하였고, 어른이 되면 그칠 줄 알았던 비교는 승진, 자녀, 집, 자동차 등으로 전환되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비교는 불행의 씨앗이다.
그런데 비교는 공자도 적극 권장한 바 있다.
어진 이의 행동을 보면 그와 같아지기를 생각하고, 어질지 못한 이의 행동을 보면 스스로를 돌이켜 성찰해야 한다. - 「이인里仁」
見賢思齊焉, 見不賢而內自省也
중요한 것은 비교의 대상이 내 마음 안에 갖추어져 있는 ‘참된 것’에 있다. 그러니 남의 좋은 점을 보면 배울 대상이 있어 행복하고, 나쁜 점을 보면 거울삼아 성찰할 기회가 주어졌으니 평안하다. 비교는 행복을 위한 지름길이다.
같은 비교이지만, 행복과 불행의 갈림이 이 ‘비교’에서 시작된다. 서얼출신으로 출생문제에 대한 시비와 아버지의 무고행위에 대한 세간의 비난을 받고, 관직을 단념하고 고향에서 학문 연구와 후학교육에 일생을 바친 구봉龜峰 송익필宋翼弼은 「족부족足不足」이라는 시를 통해 우리에게 비교와 만족의 참 의미를 절실하게 말해주고 있다.
君子如何長自足 군자는 어찌하여 늘 스스로 족하며
小人如何長不足 소인은 어찌하여 늘 족하지 아니한가
不足之足每有餘 부족하나 만족하면 늘 여유롭고
足而不足常不足 족한데도 부족하다 하면 언제나 부족하네.
樂在有餘無不足 즐거움이 넉넉한데 있으면 족하지 않음이 없지만
憂在不足何時足 근심이 부족한데 있으면 언제나 만족할까
安時處順更何憂 때에 맞춰 순리로 살면 또 무엇을 근심하리오
怨天尤人悲不足 하늘을 원망하고 남을 탓하니 슬픔은 끝이 없네
求在我者無不足 내게 있는 것을 구하면 족하지 않음이 없지만
求在外者何能足 밖에 있는 것을 구하면 어찌 능히 만족하리오
一瓢之水樂有餘 한 표주박의 물로도 즐거움은 남음이 있고
萬錢之羞憂不足 만금의 진수성찬으로도 근심은 끝이 없네
古今至樂在知足 고금의 지극한 즐거움은 족함을 아는데 있나니
天下大憂在不足 천하의 큰 근심은 족함을 알지 못함에 있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