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仁한 마을이 거주지 선택의 기준이다
인한 마을이 아름답다. 거주할 곳을 선택하면서 이러한 인한 곳에 살지 않는다면 어찌 지혜롭다 하겠는가? - 「이인 里仁」
里仁爲美, 擇不處仁, 焉得知?
‘이인里仁’은 마을이 어질고 두터운 풍속이 있다는 의미이다. ‘리里’를 동사로 보아 인仁에 거처한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택擇’은 거주할 마을을 선택하는 것으로, 자신이 살 곳을 선택하는데 이러한 인한 마을을 볼 줄 모른다면 지혜롭지 않다는 뜻이다.
‘인仁’은 인자한 덕을 갖춘 사람뿐만 아니라, 감동을 주는 천지자연의 모습 모두를 의미한다. 옛 선현들이 지금의 서울을 수도로 정한 이유도 지리적 · 군사적 요충지이기도 하지만, 거주하는 사람들이 북한산의 웅장한 기상과 아름드리 소나무 숲, 포근히 품어주는 한강 등을 매일 접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고 닮아가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주자가 무이구곡武夷九曲의 절경 한 자락에 강학을 위한 장소를 정하고, 퇴계가 정계에서 물러나 도산에 서원을 짓고 후학들과 배움을 함께 한 것도, 어진 모습을 드러내는 자연과 성학聖學에 뜻을 둔 좋은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고 서로 교감하면서 본심대로 실천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였다.
물론 마을 환경이 좋지 않다고 모두 거부한 것은 아니다. 공자는 누추하고 비루한 곳에 살면서도 환경 탓하지 않고 자신이 가치롭게 여기던 것을 굳세게 실천한 제자 안연顔淵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군자라면 어느 마을에 살건 환경에 영향 받지 않고 오히려 주변을 자연스럽게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흔들리기를 수십 번 반복하는 우리에게 아직 요원해 보인다. 어쩜 ‘자기보다 못한 사람과 벗하지 말라無友不如己者’는 모순적이기도 한 공자의 이 언급도, 성학에 뜻을 두고 공부하는 자에게 모범이 될 만한 자연과 사람을 곁에 두고 함께 하면서 자신을 가다듬어야 함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최근 편리성, 접근성, 투자가치 등을 거처의 기준으로 삼았던 사람들이 점차 새로운 형태의 ‘마을 공동체’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아름다운 자연과 좋은 사람이 함께하니 집에 들어가 쉬는 것이 즐겁고, 마을 전체가 모두에게 관심을 보이니 아이들도 마음껏 돌아다녀도 안심이 되며, 노인들도 외로울 틈이 없다. 안락安樂함을 선사해주는 인한 마을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