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의義만을 가까이 하고 따른다
군자는 세상에 대처할 때,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는 것도 없고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없다. 오직 의만을 가까이 하고 따른다. - 「이인里仁」
君子之於天下, 無適也, 無莫也, 義之與比.
‘군자君子’는 성학聖學에 뜻을 두고 공부하는 자로, 함께 하면 절로 마음이 즐거워지고 맑은 향기가 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적適’은 ‘가可’의 뜻으로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것이고, ‘막莫’은 ‘불가不可’의 뜻으로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평소 행동하면서 해야 될 것과 하지 말아야 될 것을 미리 정해놓고 스스로와 주변인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시간이 흘렀고 공간이 바뀌었음에도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니,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는다. 군자는 일에 임하여 이 같은 사견私見에 빠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행동의 기준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之’는 목적어인 ‘의義’를 강조하기 위해, 동사인 ‘여비與比’ 앞에 놓을 때 사용하는 조사이다. ‘여與’는 더불어 한다는 의미이고, ‘비比’는 따른다는 의미이다. 산을 오를 때 정해놓은 길이 없다고 해서 가파른 절벽이나 험난한 숲길을 선택하지 않는 것처럼, 가장 편안하고 안전하며 빠른 길과 같은 행동의 기준을 선택해야 한다. 그 기준이 ‘의義’이다.
의는 남을 나처럼 여기며 일체적 관계로 인식하는 씨앗인 인仁에 의거하여, 관계를 조화롭게 완성하는 시중時中적 잣대를 의미한다. 무게에 따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저울추처럼, 의는 극단에 빠지거나 고정되지 않고 현실의 상황에 따라 늘 새롭고 유연하게 정립된다.
상황에 맞는 기준을 확립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공자는 “중용의 덕은 참으로 지극하다! 이러한 덕을 지닌 이가 적어진 지 오래되었다.中庸之爲德也, 其至矣乎! 民鮮久矣.”고 말한 바 있다. 무슨 일이든 의가 있는 것만 보고 오직 의만을 따르는 것, 그것이 군자의 선택이다. 의로움의 자각과 실천을 위해, 지나간 과거나 오지 않은 미래에 집착하지 말고, 지금 바로 여기의 소리에 민감하고 민첩하게 반응해야겠다.